그렇게 시작한 중소기업 : 하지만 소중한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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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 같았던 첫 직장, 그리고 성장의 씨앗
중소기업에 취업하게 되었다. 당시에도 취업난이 심각했기 때문에, 단지 취업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쁨이 컸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회사엔 체계가 없었다. 두 개의 부서가 있었지만, 이름뿐이었다. 사장이 시키면 그 일이 곧 내일 이었고, 구조에 따른 역할이나 권한 같은 것은 없었다. 구조나 역할을 따지는 일은 현실을 모르는 바보처럼 여겨졌다.
비전도 없었다. 회사는 매년 초 계약한 프로젝트로 1년을 먹고사는 형국이었다. 운 좋게 계약을 잘 따내면 매출이 높아지고, 그렇지 않으면 매출은 내려갔다. 어느 날 사장이 직원들을 모아 "서비스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그저 말뿐이었고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연봉은 알바보다 못했다. 비전도 지속적인 성장도 없으니, 매출이 올라도 직원들의 연봉은 그대로였다. 체계가 없으니 사장 마음에 들면 그나마 약간 인상되었지만, 그렇지 않으면 인신공격에 가까운 연봉협상을 감내해야 했다. 결국 매출이 오르든 내리든 이익은 사장의 몫이었고, 직원들은 그저 사장의 돈을 불려주는 소모품일 뿐이었다.
습관처럼 자리 잡은 야근도 문제였다. 칼퇴는 있을 수 없었다. 일이 많건 적건 항상 야근이 있었고, 퇴근 시간에 회의를 하는 일도 흔했다. 퇴근이 일찍이면 저녁 9시, 대부분은 10시나 11시에 퇴근하는 것이 일상 이었다. 오전이나 오후에는 업무를 하지 않다가, 저녁 먹기 전부터 일을 몰아서 하는 습관이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이 없진 않았다.
회사는 구성원과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사장은 기업인이 아니라 마치 자영업자와 같았다. 자신의 이익이 최우선이었고 자신을 위해 직원들을 소모했다. 성장하지 못하는 직원들은 결국 떠나게 마련이다. 나 또한 2년을 채우고 회사를 떠났다.
시작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취업 전 교수들은 "회사의 크기보다 배울 수 있는 곳에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은 회사도 괜찮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막상 경험해보니, 신입이 배울 것이 없는 회사는 없다는 것과 동시에 같은 노력을 해도 연봉은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시작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졌다.
조직 구조와 체계의 필요성도 알게 되었다. 조직과 명령 체계가 없는 곳에서 일했던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사람보다는 조직 구조와 체계를 먼저 돌아보게 된다. 조직이 없던 곳에서의 경험이 내 업무와 조직을 관리하는 데 소중한 교훈이 되었다.
또한, 중소기업의 특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종종 대기업에서 은퇴한 후 중소기업에 임원으로 입사하는 분들이 있는데, 대부분 100일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둔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 알 것 같다. 호텔에서 근무한 사람이 펜션에 가서 적응하기 힘들 듯이, 큰 조직에서 맡은 역할만 수행하던 이가 갑자기 모든 업무를 혼자 도맡아야 하는 환경에서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큰 조직과 작은 조직은 엄연히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나의 첫 직장은 많은 부분에서 아쉬웠다. 하지만 그 경험은 소중한 깨달음을 남겼다. 결국 어떤 경험이든, 나를 성장하게 하는 밑거름이 되는 법이다.